솔직히 이번 WBC 체코전을 앞두고 저는 묘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2013년부터 3개 대회 연속으로 1차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한국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텐데요, 첫 경기 패배 이후 무너지는 분위기를 보면서 얼마나 속이 탔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길 바라는 마음으로, 체코전이 갖는 의미와 대표팀의 전력을 차근차근 살펴봤습니다.

17년 만의 기회, 1차전 징크스를 깨야 하는 이유
한국 야구 대표팀이 WBC 1차전에서 승리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나요? 무려 2009년 대만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 이후 2013년 네덜란드에게 0-5, 2017년 이스라엘에게 1-2, 2023년 호주에게 7-8로 패하며 매번 첫 경기의 악몽을 겪었습니다.
여기서 1차전 징크스(First Game Jinx)란 토너먼트 형식 대회에서 첫 경기의 패배가 이후 경기력과 팀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한국은 첫 경기 패배 이후 심리적 압박감이 가중되며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습니다([출처: 대한야구협회](https://www.koreabaseball.com)).
저도 2023년 호주전을 직관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7-8로 석패하던 그날의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경기장을 나서며 "이번에도 또 이러는구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첫 경기의 패배는 단순히 1승을 잃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팀의 자신감과 전술 운용, 선수 기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1차 목표는 8강, 즉 2라운드 진출입니다. 조별리그에서 상위 2팀이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본선행 티켓을 확보하는 방식인데요, 결국 대만과 호주라는 강적을 넘어서려면 체코전에서 확실한 승리가 필수적입니다. 객관적 전력상 체코는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한 번의 방심이 큰 화를 부른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소형준-정우주 투수진과 타선의 과제
이번 체코전에서 한국은 소형준(KT 위즈)을 선발 투수로 내세웁니다. 소형준은 2024시즌 KBO리그에서 ERA(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서 ERA란 투수가 9이닝 동안 내준 평균 자책점을 의미하는 지표로, 투수의 기본기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수치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형준의 제구력을 높게 평가합니다. 지난해 가을 K-베이스볼시리즈에서 체코를 상대하며 보여준 안정된 피칭이 기억나는데요, 다만 도쿄돔이라는 낯선 환경과 국제 대회 특유의 긴장감 속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뒤를 이을 정우주(한화 이글스)는 2024년 프로 데뷔 후 152km/h의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로 주목받은 유망주입니다.
타선에서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도영(KIA 타이거즈), 안현민(KT 위즈)이 핵심입니다. 특히 MLB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주목한 이정후의 컨택 능력과 김도영의 장타력이 체코 투수진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승부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출처: MLB.com](https://www.mlb.com)).
하지만 제가 우려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초반 집중력입니다. 체코전 주요 점검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선발 소형준의 초반 안정감과 제구력
- 중계 투수진의 이닝 소화 능력
- 1-3번 타선의 출루율과 득점 타이밍
- 수비 실책 최소화와 주자 허용 관리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는 이유로 방심했다가 초반 실점으로 흐름이 흔들리면 2013년 네덜란드전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대회들을 지켜보며 한국 대표팀이 초반 리드를 잡지 못하면 타선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번에는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득점을 쌓아 올려 심리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코전 승리는 단순히 승점 1점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17년간 이어진 징크스를 깨고, 대만·호주전을 앞두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조 2위로 2라운드 진출이라는 목표는 개막 첫날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같은 한국 팬으로서 이번만큼은 정말 다른 결과가 나오길 간절히 응원합니다. 류지현 감독과 선수들이 그동안의 아픔을 씻어내고, 체코전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둬 8강을 넘어 우승까지 도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